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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다양한 소식들

무라카미하루키 신작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by Crepe 2023.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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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하루키 신작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저는 무라카미하루키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하루키의 모든 장편소설을 다 읽었을 정도인데요...아 언더그라운드인가...그거 하나 빼고 모두 다 읽었습니다.  상대적으로 하루키의 단편소설들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요... 뭐 싫어한다기 보다는 하루키의 장편소설만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때때로 하루키의 이미 읽었던 장편소설들을 다시 한번 읽는 것도 좋아합니다. 하루키 소설의 특징은 엄청 재미 나지만 읽고 나면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어쨌든 읽으면 재미 있습니다. 해변의 카프카 라던가...상실의 세계.... 태엽감는 새 이런 소설들을 두번 읽었던 것 같네요.    그리고 1Q84를 두번째로 읽어 보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루키 소설 속에는 언제나 [나]라는 주인공이 등장을 하는데요... 재미난 것은 [나]라는 주인공의 나이가 소설마다 달라서 그때마다 저 개인적으로는 제 나이와 비교해서 읽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1Q84를 읽었을 때 주인공과 저의 나이가 같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공감이 많이 된 것 같았습니다. 

 

이번 소설은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라기 보다는 20년도 더 전에 발표된 작품 [세상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새로운 버전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세상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읽었던 20년 전의 저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는데요...

 

하루키-신작
하루키 신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당시의 저는 대학생이었습니다. 말이 대학생이지....공부를 못했기 때문에 지방대학을 갔었죠...게다가 음대를 갔습니다.  지방대학교의 음악대학은 정말로 이질적인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는데요... 거기에다가 하나 더 제가 다니는 학교는 기독교 학교 였습니다. 결국에 지방대 특유의 패배적인 정서 + 음대생들의 재정에서 오는 여유와 그에 따른 의욕없음 + 기독교적인 정서가 얽혀서 아주 골때리는 분위기 였는데요...

 

게다가 저는 외동아들+남중+남고를 나온 사회 부적응자 수준의 사회력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당시 정원의 90퍼센트 이상이 여자 였습니다. 그리고 남은 남자들 집단들은 보통 양아치 그룹이었는데 그들과는 말이 통하지 않았죠...아마 그들은 저를 독특한 찐따 정도로 생각했을 겁니다. 그게 아니면 그냥 찐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구요....

 

어쨌든 이 모든 상황이 겹쳐 당시에는 도무지 학교에 적응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집과 학교가 멀어 기숙사 생활을 해야 했기 때문에 어쨌든 저는 친구들이 학교를 떠나도 떠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죠...거의 유령처럼  혼자서 떠돌기 시작했고 그때 만났던 것이 하루키 였습니다. 그리고 그 때 만났던 작품이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였죠....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이 작품은 뭐 사실 별거 없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나른한 세계를 그리고 있죠... 주인공인 [나]는 도서관에 처박혀 오래된 꿈을 읽어 나갑니다. 그런데 왜 읽는지 이게 어떤 의미인지 스스로도 알지 못하죠...오래된 꿈은 도서관에 전시된 동물의 뼈에 박혀 있는데 동물의 뼈는수백 수천개가 있고 하루에 읽을 수 있는 오래된 꿈의 양은 2~3개밖에 없습니다. 

 

당시에 제 상황도 이랬던 것 같습니다. 왜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는 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다닐 이유도 없었지만 안 다닐 이유도 없었죠... 그 누구와도 말이 통하지 않았고... 한명의 날라리 친구를 사귀었지만 그 친구는 학교에 잘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지금 와서는 놀라운 고민이지만 밥을 누구와 먹어야 하는지 이런 게 당시로써는 참 힘들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군대도 힘들었지만 군대가기 전의 학교 생활도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처음 겪어보는 것들 투성이었고 무엇보다도 시간이 너무 많았어요.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부족한 것도 아닌 아주 애매한 정도의 가정환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여기에도 저기에도 끼지 못하는 아주 엿같은 생활이 계속되고 있었는데요...처음 들어보는 학교에서 처음 만나는 부류의 사람들과의 만남이나 친해지는 것이 생각보다 무척 어려웠습니다. 

 

어쨌든 이번에 나온 하루키의 신작....늙은 하루키가 다시 한번 힘을 내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준 것인데요... 놀랍게도 주인공인 [나]의 나이가 79년생 정도 되는 것 같았고 제 또래 였습니다.  주인공인 [나]는 십대 시절 사귀었던 소녀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방황 하다가 40대 중반이 되어 버리는데요...

 

사실 40대가 되면 뭔가 멋진 성공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현실은 그런 것 1도 없었습니다. 저는 42살에 첫차를 갖게 되었는데 그 차는 180만원짜리 SM3였구요... 1년이 지난 지금 차를 바꾸려고 하는데 두번째 차는 벤츠로 가려고 합니다. 성공해서 바꾸는게 아니라요 벤츠가 700만원 정도면 사니까요...그런 시대가 되었습니다. 

 

어쨌든 하루키의 이번 소설은 완벽한 창작은 아니지만....바로 그 이유로 23년 전의 제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읽으신 분이든 안 읽으신 분이든 하루키를 좋아하신다면 추천 드리구요.... 이번 작품도 뭐 별거 없습니다만....세상이 뭐 별 게 있겠습니까? 한동훈 장관님도 초등학생한테 쓴 편지에 별게 없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한다고 썼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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